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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속강좌

[김태곤 교수]6. 무속의 원본사고

9,715 2017.11.2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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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의 원본사고(原本思考. Arche-Pattern)

원본사고[또는 원본]는 무속을 통해서 추출된 '존재사고'다. 우리 무속에서 발견된 무속사고 이기 때문에 영어사전에는 없지만 조어(造語)로 Arche-Pattern이라고 쓴다.

무속사고(巫俗思考)에 의하면 인간은 육신과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승의 삶은 순간적 이며 저승의 삶은 영원하다. 이승에서의 죽음은 육신의 죽음일 뿐 영혼은 저승으로 가서 영 생을 한다. 그러기에 인간은 영원하다고 믿는다. 이승에서 좋지 않은 일을 하면 저승에 가서 도 벌을 받는 것은 바로 저승에서의 영생을 의미한다.

여기서 저승은 현실이 아닌 비현실이다. 종교학에서 세속과 신성의 준거를 일상과 비일상으 로 나누는데 현실이 일상인 반면 비현실은 비일상이 된다. 그리고 현실을 코스모스라 하며 이와 대칭을 이루는 비현실은 카오스라 한다. 따라서 현실, 코스모스는 세속, 비현실, 카오스 는 신성영역으로 상정한다.

신성영역인 카오스는 신이 존재하는 영역으로 모든 존재의 근원지다. 무속의 원본사고는 존재근원에 대한 원질사고로서 이에 따르면 만물의 존재 근원인 신성, 카오스와 현실세계인 세속, 코스모스는 완전히 분화된 것이 아니라 미분된 것이어서 자유롭 게 오갈 수 있다. 코스모스는 현실로서 완전한 것이 없고 늘 결핍되어 있으며 모든 것이 유 한하다. 그러나 카오스는 현실 밖으로서 모든 것이 충족되는 무한한 곳이다.

무속의 제의는 궁극적으로 풍요와 건강을 획득하여 존재를 영구지속시키기 위해 행한다. 풍 요와 건강은 삶, 다시 말해서 존재의 기본적인 요건이다. 코스모스에서 결핍된 존재요건인 풍요와 건강을 제의를 통해 획득하여 영구 지속시키기 위한 것이 무속의 제의다.

무속을 비롯한 민간신앙의 제의는 현실, 코스모스에서 벗어나 모든 존재의 근원지인 신성, 카오스에서 행해진다. 카오스는 모든 존재의 근원지이기 때문에 존재의 기본조건인 풍요와 건강을 모두 이룰 수 있다. 굿을 할 때에는 인간존재에 필요한 이러한 소망 사항을 무당이 신에게 빌어 그것을 획득한다. 그래서 굿이 끝나면 다시 일상의 코스모스 현실로 돌아와 그 획득한 것을 가지고 살게 된다.  하지만 이 획득한 것도 코스모스, 현실에서는 영원히 존재 할 수 없으므로 다시 굿을 하여 소망 사항을 추구한다.     

이처럼 카오스와 코스모스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것은 이들이 완전히 분화된 것이 아 니라 미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분성(未分性)은 무속사고의 핵심을 이룬다. 그리고 미분되었기 때문에 굿을 통해 존재의 근원지인 카오스에서 소망을 획득해 존재를 영구지속 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사고가 곧 원본사고, 또는 원본이다. 다시 말해서 존재의 근 원을 카오스로 보고 존재는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갔다가 다시 카오스로 되돌아가는 순환 이 반복되어 영원한 것으로 믿는 입체적 존재사고가 원본사고인(Arche-Pattern)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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